테레비야 정신 좀 차려봐
텔레비가 아까 한 소리를 또 한다.
세상 나온 지 한참 되었는데 말 배우기를 하는 것도 아닐 테고, 백여 년 가까우니 치매에 걸린 것일까?
치매에 좋다는 약초라도 달여 먹여야 하나?
그 말 아까 했잖아
따라쟁이 일곱 살도 아니고, 또 그래.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텔레비전이 죙일 불러제끼는 노래다.
아마 펜을 들고 해골바가지 그려가며 땡땡땡하는가 보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철이라 하는데 동그라미에 찍찍 그려대는 땡땡이 소리라니
꼬박꼬박 밥 때도 잘 챙겨 드셨다는 영수표(領收票)도 있구만, 왜 그러실까나.
점심 먹고 아침 달라하는 망각(忘却)의 그물에 걸렸나 보다.
열두 살 천둥벌거숭이라면 볼기라도 치지
텔레비전 옆다구 퉁퉁 쳐봐야 무슨 소용
그래도 하루에 뉴스 한 꼭지는 보고 들어야 하다기에
어디 보자. 이리보고 저리보고 해도 온통 칭칭대는 소리뿐
아침 소리, 점심 소리, 저녁 소리
쟤 이랬대, 너 이랬잖아, 이게 맞지, 저러해야 맞는 거지.
아침에 칭 하더니 점심에는 칭칭 하다가 저녁에도 칭칭칭.
필경 우리 집 테레비는 망각병에 걸린 게 분명해 보여.
어쩌냐.
내야, 쟤 아까 한 소리 또 하네 하지만
거시기네 홀로 계신 어르신, 종일토록 테레비 앞에서 같은 소리 반복되니
이때가 밥때인가 저때가 밥때인가 하실 거다.
그래서 어쩌라구
결론도 없는 예측으로 이렇대 저렇대 동의(同意)를 강요한다.
확실치도 않은 말로 이럴 거야 저럴 거야 세뇌(洗腦)하듯 회유(懷柔)를 한다.
여기서는 노란 머리였던 쟤는 저기서는 빨간 머리 자랑하는 거시기들
손에 손잡고 줄줄이 굴비처럼 엮어 나다니는 거시기들
할배 할매 화장지 하나 쥐어주고 약 파는 것 같은 거시기들
자식 걱정하는 부모 말도 자꾸 하면 잔소리라 듣기 마련이다.
어찌 울집 텔레비는 한결같이 또, 또, 또 한소리를 또 한다냐.
보기 싫다 돌리고, 듣기 싫다 돌린다.
그래도 세상 어디 그래?
뉴스 한 꼭지는 봐야 하고, 말은 안 해도 들을 수는 있어야 하니 봐 놓아야지.
펭수 말에 펭수가 누구야? 하지 않으려면.
신비아파트가 뭐냐 물으니 애들 만화래.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도무지.
아~, 또 요즘은 핑이가 뭐라 뭐라 끝도 없다.
어쩌냐 나는.
걷는 걸음 느려지는 만큼 쟤네들 찾아보기도 버겁고 이해하기도 느려지는 것이
나도 덩달아 망각의 그물에 갇히는 것 같다.
그러게 말을 안 들어서 그래
어린 날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테레비는 바보 상자니 많이 보지 마라.'' 하셨거늘
그 말씀 듣지 않아 이제 와서
망각 상자 따라 나도 망각의 상자 속에 갇혔다며 불평이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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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 TV / 게시글 안 한자어(漢字語)와 한자훈음(漢字訓音)
한자어(漢字語 / 한수 한, 글자 자) : 한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말
한자훈음(漢字訓音 / 한수 한, 글자 자, 가르칠 훈, 소리 음) : 한자의 뜻과 음을 아울러 말함
영수표(領收票 / 거느릴 영, 거둘 수, 표 표) : 돈이나 물품을 받아들였음을 증명하는 표
망각(忘却 / 잊을 망, 물리칠 각) : 어떤 일 또는 있었던 사실을 잊음
동의(同意 / 한가지 동, 뜻 의) : 다른 사람의 행위를 시인하거나 뜻을 같이 함
세뇌(洗腦 / 씻을 세, 뇌 뇌) : 사상이나 신념 등을 주입하여 바뀌도록 함
회유(懷柔 / 품을 회, 부드러울 유) : 좋은 말로 구슬리고 달램
티스토리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
작심20일 오블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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