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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잠깐

꽃 같은 그대 / 나비처럼 가볍고 빛나는 꽃 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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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사월 초파일

어르신 옷자락에 붙어 꽃등 달린 마당에 들어섰다.

어르신의 한 걸음 뒤에 따르며 허리 숙이고 두 손을 모아 따라쟁이 걸음을 한다.

 

석가 탄신일 연등

 

눈길 머무름은

어르신의 걸음을 살핌이고

듣는 귀는 나무를 건너 나며 노니는 새소리다.

 

마음은 비어 108의 한 줄도 흐르지 않는다.

 

합장하고 대웅전에 들어섰다.

안내를 받은 자리에는 말씀 책자와 행사 일정표가 놓여있다.

고개를 들면 황금빛의 불상은 빛났으며, 각각의 소망과 기도를 담은 오색 꽃등이 가득하다.

 

합장에 담은 마음이야 무엇이든

내 속, 내 맘, 비워서 가벼워지기를

세상살이 걷는 길에

욕망 봇짐 무겁다 여길 것들 비워지기를 바라.

 

기쁨 가득하다 한들

누구에게 선가 받음이 있었을 터이니 빚이요.

슬픔이 가득하다 한들

누구에게 나누어 슬픔을 전이하니 그 또한 빚이거니

 

세속의 말이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 하던가

 

세상 살이 그렇고 그렇지

다만, 두 손 모은 한 순간의 시간만이라도

비우고 가벼워지길 기도해 본다.

 

아름다움을 본 하루였다.

빛나는 불상보다 오색꽃등 보다

경건함이 흐르는 염불과 목탁 소리보다

마음을 사로잡은 하나 있었으니

 

길을 안내하고 앉을자리를 안내하며

아이와 노인의 신을 가지런히 정리하던

조용히 움직이는 봉사자들

 

번뇌와 욕심을 모두 비워낸 듯

나비처럼 가벼워 보였으며

빛나는 꽃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나에게는 그들이 그날 그 시간의 부처였다.

 

그 느낌 길게 갖고자 적어보는 지나가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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