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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앞에

가을 들꽃 / 지나가는 오늘, 길에서 만난 미국 쑥부쟁이의 작고 하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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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하얀 들꽃 미국 쑥부쟁이

작고 귀여운 꽃들이 하얗게 피었다.

미국 쑥부쟁이가 핀 모양

잡초 같은 들꽃 미국 쑥부쟁이

꽃이 피기 전에는 그냥 잡초

꽃이 피면 아름다운 들꽃

잡초인가 들꽃인가.

 

잎은 토종 쑥부쟁이와 한 터 한 자리에 있으면 위 쪽의 줄기와 잎 모양이 쑥과 잘 구분도 되지 않을 만큼 비슷하다.

다시 꽃을 보려거든 올해 꽃이 핀 자리에 돌멩이 하나라도 놓아 표식을 해 놓아 보자.

새봄 싹이 돋을 때 미국 쑥부쟁이의 잎사귀 모양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저기에 가을이면 꽃이 필 거야 하는 기대를 갖고 여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얗게 무더기 꽃이 피기 전까지 잎만 보고는 눈길도 가지 않던 잡초다.

무슨  풀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누군가 관심이나 둘까 싶은 존재감 없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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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해살이 풀로 명년(明年 / 밝을 명, 해 년)에는 더 굵어지고 풍성한 줄기로 자란다.

씨앗으로도 번식이 가능하여 돌봄 없이 잡초가 자라는 곳에서 싹을 틔우고 터를 잡는다.

 

길가에 터를 잡은 뿌리는 봄과 여름철에 풀정리를 한다고 베어내도 다시 자라나 가을에 꽃을 피우는 미국쑥부쟁이의 근성이 강함을 보이기도 한다.

 

꽃은 흔히 야생 들국화의 모양을 축소해 놓은 것과 같은 모양이다.

들국화, 구절초의 꽃 모양을 축소한 것 같기도 하나 꽃잎의 갈라진 수는 더 많아 개망초 꽃과 닮아 보이기도 하다.

먼발치에서 보는 미국 쑥부쟁이의  꽃은 마치  봄의 조팝나무 꽃을 떠올리게 한다.

소복하게 하얀색으로 눈이 내려 쌓인 듯도 하고. 안개꽃이 군락을 이룬 듯도 하다.

 

꽃은 여름 8월 ~ 10월에 이르기까지 볼 수 있다.

흰색의 꽃이 주를 이루나 약간의 핑크빛을 보이기도 한다.

꽃을 자세히 보다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 관찰 아닌 관찰도 해본다.

보통의 꽃들이 줄기의 밑동에서부터 위로 꽃피기를 하는 것과 달리 줄기의 끝부분 꽃봉오리가 먼저 터졌다.

잎사귀가 돋은 사이사이에서 새 줄기가 오르며 꽃봉오리가 맺히는데, 그 역시 위의 꽃이 먼저 핀다.

줄기는 활의 휜 모양처럼 곡선으로 뻗었으며, 줄기의 위 부분에 꽃들이  핀다.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 시구(詩句 / 시, 글귀 구)가 생각나게 하는 미국 쑥부쟁이 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언제였던가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교보문고 건물에 아주 커다랗게 저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글귀에 공감하면서 아름다운 말, 멋진 글이라 생각했다.

사람에 대한 비유글로 생각하던 말이다.

그 짧고도 깊숙한 말이 현실의 표면에서 보는 황홀함을 미국 쑥부쟁이에서 본다.

 

미국 쑥부쟁이 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관심을 갖고 보아야 아름답다.

잡초에 묻혀 존재도 모르게 있다가 화사한 꽃을 피운 너도 그렇다.

 

우리의 모두가 그렇다.

잡풀 속에 자라며 키를 키워도

특별하게 눈에 띌 화려함이 없어도

어울림 속에 빛이 나는 들꽃처럼

우리 모두는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다.

 

하얀 들꽃이 핀 모양

지나가는 오늘 한걸음 앞에 핀 들꽃에 마음을 멈춘다.

석년(昔年 / 석, 년)에 만났던 너를

금년(今年 / 이제 금, 년)에 다시 만난 너를

명년(明年 / 밝을 명, 년)에 다시 만날 너를

기억하려는 오늘이다.

 

뜰안에 정성 들여 키운 유색의 꽃 못지않으니

더할 나위 없이 충분히 아름답다.

 

그냥, 잡풀이라 생각하면 보이지 않을

그저 흰 꽃이 핀 잡초일 뿐이다.

내 오늘 너를 보았으니

너는 오래도록 또 보고 싶은 아름다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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