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제자리 찾기처럼 돌아가는 오늘
꽃보다 예쁘긴 하여 지나가며 보는 나는 좋다만 너는 어쩌니.
대추나무의 잎사귀가 오글 오 골 자잘한 잎이 가지 끝마다 맺혔다.
일 년 중 가을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여 초겨울 무렵까지 이슬이 내린다는 24 절기 중의 하나인 한로(寒露 / 찰 한, 이슬 로) 시기의 다른 대추나무의 잎은 이미 낙엽이 져서 몉 개의 이파리만 달랑거리고 있지만, 이 나무는 아직 푸른 잎을 지니고 있는 상태다.
곧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 서리 상, 내릴 강)이 될 때는 모두 낙엽 져 있으면 좋겠다.
간혹 늦가지 치기를 나무에는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入冬 / 들 입, 겨울 동)이 지나도 여려 보이는 가지에 새싹처럼 초록한 잎사귀를 붙인 채 있다.
겨울에 얼지 않을까? 그러니 지나가면서 그런다.
너는 어쩌니.
세상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하면서 들리지도 않을 속말을 한다.
나무도 말을 하면 좋겠어.
내가 나무 말을 알아들으면 좋겠어하지.
아, 미안해 너는 말을 했는데 내가 못 알아들은 거구나.
우리 조금 더 친해지면 서로의 말이 들릴 거야.
제자리 찾기
꽃나무와 과실나무를 원목에 접붙이기를 한 경우 원치 않게 원래의 종이 곁가지로 돋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로 가로수 조경으로 식수된 나무 중에 자색잎의 단풍나무 끝에 산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나뭇가지가 자란 것을 보기도 하다.
인위적인 생성을 거부하는 현상처럼 보이는 것이 사람의 일과도 흡사하다.
인위의 가식으로 뒤덮은 표정으로 깨어 있는 시간
의복과 인식 배지와 머무르는 장소와 의자의 크기로 포장된 일상
사회가, 네가, 내가 알게 모르게 정한 틀을 살아가는 하루다.
배 고프면 울고, 아프면 찡그리고, 즐거우면 웃는
원래의 씨앗에서 발아한 근본 그대로
원초적 순수함으로 회귀로 변이 된 오늘 하루를 보내보자.
내일은 또 누군가에 의해서 또는 새로운 환경에 의해서 접목의 잎과 꽃으로 포장한 하루를 보낼 터이니.
나를 사랑하는 사람, 그러겠지
너는 어쩌니.
사람의 자리도 위치와 때가 있다.
가정과 일터와 모임에서의 위치와 맡은 바 역할이 다르다.
성장하는 젊은이는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기에 힘써야 하며, 사회를 학습하기에 노력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보는 거울이니 행실과 언행에 늘 청결함을 유지하기를 노력해야 한다.
교육, 고용, 노무 등 각 분야에서 머무는 사람들은 배려와 화합으로 지내길 노력해야 한다.
그 자리 떠나면
그저 홀로 남은 한 생명체
홀로 길을 걸으니 누가 그의 사회적 위치를 알리 없고
베개에 머리 눕히고 수면에 드니 어느 누구도 그가 누구인지 묻지 않는다.
지나가는 길에서 본 대추나무의 변이 된 잎을 보고
관념(關念 / 빗장 관, 생각 념)의 시간을 가져보는 오늘이다.
변치 않는 것은 가족의 일원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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