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댁 우물과 작은 집의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
큰 댁 부잣집 우물이라 더 크지도 않고, 작은댁 우물이라 더 작지도 않은데
각자의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는 무엇을 할까?
개구리의 개굴개굴
개구리가 개굴대는 소리는
개구리 저희들끼리 부르는 소리이고 소통하는 소리이다.
지나가는 멍멍이한테 하는 소리도 내게 하는 소리도 아니다.
습한 날씨에 유독 소란스러우니 호흡량을 늘리기 위한 개굴이고
후손을 이어갈 번식을 위한 개굴 소리다.
개구리 소리는
듣기 좋은 즐거운 노래일까
시끄러운 울음소리일까
눈빛 맑은 아이는 노래라 하고 걱정 많은 어른들은 울음이라 하니
내 듣기에는 노래가 반, 울음이 반이더라.
개구리가 개굴대니
잠귀 밝은 할머니는 비가 오려나 보다 하고
아버지는 농사철이 되었다 물장화 챙기시고
며느리는 하늘 보며 창문을 열까 닫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아이는 올챙이 길러보자 떼를 쓴다.
다 때가 있거늘
개구리 소리 같은 말과 글이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너의 말이 귀를 즐겁게 할 노래였으면
나의 말이 너에게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아니었으면
바라기는
허튼소리 아닌 글이었으면 바라지.
개구리의 한살이
개구리는 양서류(兩 棲類 / 두 양, 살 서, 무리 류)로서 물과 육지에서 사는 동물이다.
겨울에는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양지에 개나리가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하면
시골 논의 물진 웅덩이나 산턱 개울에서 개구리 알과 올챙이를 먼저 보게 된다.
개구리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
발도 없이 물렁한 뭄통에 꼬리만 달랑 있는 녀석이다.
개구리 알과 올챙이를 아이 말고 누가 좋아라 할까마는
아이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손안에 든 물컹함을 견딘다.
꼬리 옆에 뒷다리가 먼저 생겨나고
앞다리가 생겨나면 꼬리가 점차 없어지고 뒷다리가 발달한다.
꼬리가 점차 없어지고 뭍을 향해 걸음마를 시작한다.
개구리 종류를 불문하고 이때쯤엔 아이들도 관심 놀이에서 눈을 떼는 시기이다.
밭두렁이며 야산(野山 / 들 야, 뫼 산)의 숲에 자리를 잡았다.
각자 생존의 서식지를 찾아 머물기를 한다.
청개구리, 뱀개구리, 독개구리, 황소개구리 등등
닮은 꼴의 맹꽁이와 두꺼비도 각자 제 살아갈 자리를 잡았다.
더러는 겨울잠의 터를 잡고
더러는 온 간데 없이 사라졌다.
개구리의 우물동네 서식지
개구리가 우물에 빠졌다.
앗차! 한 팔 석자 깊이의 부잣집 큰 댁 우물이다.
까마득히 하늘이 높다.
두레박이 첨벙일 때마다 개구리 심장은 기겁한 듯 허우적 댄다.
오래도록 머물 있는 것을 보니 먹을 것이 있나 보다.
보아하니 이끼가 푸릇하다.
우물 밖은 어떤지 보이지 않아 알 수 없다.
벽이 너무 높아서 그래.
다섯 자 깊이의 작은 집 우물 안에도 청개구리 한 마리가 벽을 타고 오른다.
그래도 좀 나은 것 같지
거대한 우물 울타리 박에는 초록잎 나무도 보인다.
언젠가는 저 벽을 넘어 나무가 있는 숲으로 갈 거야 한다.
옥수수 밭에 쉴 자리 하나 있을 거야.
아낙네가 물 길어 나왔다가 손 내밀어 꺼내줄지도 몰라.
개구리의 실수
물을 찾다 우물에 빠진 것도 실수다.
서식지로 우물을 선택한 것도 실수다.
실수는 잘못이다.
정도는 다르나 돌이키기에 힘들 수 있다.
애초에 우물턱에 오르지 말았어야 했다.
큰 댁 우물 안 개구리도
작은집 우물 안 개구리도
보이는 하늘은 높고 동그랗다.
우물 안은 위험한 거야.
꽃피고 초록한 풀이 있는 우물밖에 있자.
그래도 주변은 살펴야 해
날개 있는 새가 내려다보고 있고, 길게 생긴 스르륵 뱀 이 다가올지도 몰라.
장난꾸러기 고양이 지나가면 숨을 줄도 알아야지.
개구리의 생각
큰 댁의 부잣집 우물이라 좋은 줄 알았어
두레박 물 첨벙이는 소리가 이토록 자주 들릴 줄 몰랐지
천둥소리보다 크고 파도보다 높아
쿵쿵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작은 집 우물이라 언제든지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조금만 더 기다리고 노력하면 우물벽 밖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우물밖 개구리
가끔 생각하지
큰 우물과 작은 우물을 들여다보면서
너는 나보다 행복한지
나는 너보다 행복한지
결국은
그 우물이 그 우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우물이다.
각 분야의 업(業 / 업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각각의 목적과 성향의 모임들
결국은 그들의 우물
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개구리 왕눈이를 좋아한다.
귀엽고 똑똑하고 하는 짖도 예쁜 만화 속의 개구리 왕눈이.
'에구구 뭐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구구 뭐래 / 달달한 믹스커피가 마시고 싶은 싸늘함 도는 가을 어느 날 (1) | 2024.10.28 |
---|---|
비 오는 날 / 가을비 내리는 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툭 떨어진 낙엽 (2) | 2024.10.24 |
혼잣말 / 속풀이 해장 같은 넋두리 (0) | 2024.10.07 |
이게 뭐야? 물을 때와 답하기에도 나이를 먹는다. (0) | 2024.10.04 |
2024년 10월 2일 / 노인의 날 (4) | 2024.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