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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앞에

꽃꽂이 / 가을 무 잎사귀와 메리골드 꽃으로 엉뚱한 꽂이를 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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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채소 잎사귀로 꽃꽂이하기

 

지나가다 농부님네 밭에서 무 이삭 몇 알 주웠다.

오래전부터 무 잎사귀 보면 꽃꽂이를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 해보자.

무 채소 잎사귀와 메리골드 꽃 꽃꽂이를 한 모양

 

무 잎사귀와 메리골드 꽃의 조화

 

무 잎사귀와 메리골드 꽃으로 꽃꽂이를 하자 생각하고 잎도 챙기고 꽃도 준비했다.

수반(水盤)이야 화분 받침대로 사용하니 보이는 곳에 있는데, 침봉은 어디로 간 거냐.

도대체 구석구석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얼마나 오랫동안 꽃이를 안 했길래 침봉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없다.

이런 이런 이럴 수가! 얼마나 삭막(索莫)하게 살고 있었단 말인가.

애꿎게 온 집아 들쑤셔 번거롭게 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물고기 몇 마리 기르던 어항 속에 있는 자갈 몇 개 꺼내다 꽂기로 했다.

어항도 물 마른 지 몇 해, 나 뭐 하고 살았던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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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봉 찾다 하루를 보냈다.

어제 주운 무 이삭의 잎사귀는 반은 시들해졌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원래 그렇게 생긴 잎이라고 변명이라도 하지 뭐.

무 잎 좀 시들해도 옆에 있는 메리골드가 같이 있으니 보기에 나쁘지는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메리골드 꽃과 무 잎사귀

햇빛도 바람도 차가워진 날씨다.

가을이 막바지에 들며 내려간 기온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덧입은 옷 안에서 본래의 체온이 돌고 있다.

 

가을 꽃꽂이는 여름에 하는 꽂이보다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기도 하다.

이미,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늘 조그맣게 생긴 감성, 며칠 지녀보자.

무 채소 잎사귀

 

밭에 자라는 무 잎사귀

농부님네 밭에 자라는 무 잎사귀에 매료(魅了)되어 오갈 적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곤 하였다.

햇빛을 오롯이 받아 중앙부의 잎이 한껏 펼쳐졌으며, 거친 듯 섬세(纖細)한 모양을 하고 있다.

 

잎사귀 하나를 놓고 보자.

잎 줄기 기둥은 오래된 나무와 같고, 곁가지 잔가지가 엉김도 없이 질서 있게 자리하고 있다.

잎 가장자리를 보자.

물결 일렁이듯 생동감 있으며, 든 자리 난자리 그린 곡선의 이음새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무 밭 옆에 자라는 배추 역시 그 잎이 아름다워 한 동안 멈춰 감상을 하였다.

 

작음에서 찾는 즐거움

열 발 걸어 한걸음 앞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자리 풀잎 하나에

너는 나무라 하며 고목과 숲이 되고

이내 재잘대는 새소리가 들린다.

 

한걸음 앞 발끝에 보이는

자랑도 않을 작은 꽃잎 하나에

너는 아침의 하늘이고 저녁노을이니

하루가 다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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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漢字語 / 한수 한, 글자 자) : 한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말

한자훈음(漢字訓音 / 한수 한, 글자 자, 가르칠 훈, 소리 음) : 한자의 뜻과 음을 아울러 말함

 

수반(水盤 / 수, 소반 반) : 사기로 만든 바닥이 평평한 그릇(꽃꽂이용 화기)

침봉(針峰 / 바늘 침, 봉우리 봉) : 꽃꽂이를 할 때 꽃이나 줄기를 꽂을 수 있도록 만든 물건

삭막(索莫 / 동아줄 삭, 없을 막) : 황폐하고 쓸쓸함

매료(魅了 / 매혹할 매, 마칠 료) : 홀리어 마음이 사로 잡힘

섬세(纖細 / 가늘 섬, 가늘 세) : 곱고 가늘함

 

티스토리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

작심12일 오블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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